삶의여정

남자란 이름으로

해피 소이 2007. 2. 13. 01:26

 

                  

 

 

가끔은 사회의 이슈가 되는 자살... "아! " .... 떠난 사람과 남은 사람들의 안타까움들이 뒤범벅이 되어서 나는 가슴이 싸하다 자고나면 또 다른 일들이 나를 엄습해오고 풀지 못한 숙제들이 산재해있지만

베란다 창 밖으로 보이는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구릿빛으로 열심히 일하는 인부들을 보면서 나 스스로 위로를 해 본다 따뜻하고 시원한 내 집에서 때가 되면 밥을 먹고 TV도 보면서 외로워 하는것도 한때는

미안한 사치라는걸 느낀다

누군들 편히 일하고 돈 많이 벌어서

잘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사계절을 간접적으로 느끼며 일하는 모습도 보았고 1층에서 16층까지 땀과 피로함으로 얼룩진 일상도 보았다

 

터 고르기를 할때는 나른한 봄은 차라리 나아 보였다 줄을 지어선 덤프 트럭들의 행렬 때문에

온통 뽀얀 먼지가 날릴때면 더운 태양을 다 녹일듯이 긴 호스로

온 종일 내내 물을 뿌리는 사람도 있었다 15층에서 내려다 본 그들의 일상은... 이른 새벽 동이 트지도 않을때부터 시작이다

하나 둘 차량들이 현장 주변에 차를 주차를 한다 누가 보던지 말든지 무표정한 표정으로 돌아서더니... 칼바람이 부는 이른 새벽에 사각트렁크 펜티만 입은체 입었던 옷들을 훌렁 벗어서 차 안으로 던져 넣는다 그냥 선 자세로 주섬주섬 차 안에서 작업복을 꺼내서 대충 입더니 현장으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지만... 철근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12시가 되면

어김없이 사람들이 구름처럼 쏟아져 나온다

길가의 함바 식당으로 향하고 다시 나온다 그늘이 있으면 좋으련만 아직은 건물이 지어지지 않아서 간신히 그늘을 찾아서 합판을 여러장으로 깔고 지친 몸을 눕힌다 그들은 누구를 위하여 저토록 힘들게 살고 있나... 코끝이 찡해 오는 나는 마음속으로 기도를 한다 적은 시간이지만 편히 쉬라고... 계절은 쉼없이 달려오더니 어느새 여름이 왔다

오전 5시가 되면 그들은 달려온다 아침부터 이글이글대는 태양은 지치지도 않는지 그들을 괴롭힌다 빨갛게 물들은 그들의 얼굴은 구리빛으로 변해가고 긴 소매의 남방으로 가려진 팔뚝에는 땀으로 얼룩이 져 있다 숨이 헉헉 차는지 철근을 잡은 팔이 몹시 지쳐 보인다 어떤이는 민소매를 입은 어깨가 비에 젖은것처럼 땀이 흘러 내린다

 

노동의 신선함도 보았고... 가족의 소중함도 내 가슴으로 아로 새기는 하루다 나는 시원한 그늘에서 더위를 참느라 지쳐가는데 그들은 잘도 참고 햇빛에 달구어진 철근과 씨름을 하고 있다 며칠만에 한층씩 레미콘이 쏟아지고 고르게 씨멘트를 펴느라 허리 한번 제대로 못 펴는것 같았다 인간의 한계와 싸우는것도 같고 가족과의 무언의 약속을 지키는것 같다 해 질 무렵이면 그 무거웠던 삶의 껍질을 훌렁 벗어 던지고 하나 둘씩 차량의 주인공들이 나타난다

하룻동안의 피곤함도 다 잊은체 길에서 훌렁 다 벗고 차속에서 다시 옷을 꺼내서 입고 작업복을 가방에 쑤셔 넣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가족에게로 달려 간다 남자의 세계를 다시 생각케 하는 건설현장이다 기다려주는 가족이 있어서 힘이 생기고 힘이 들때도 가족을 떠 올리며 약한 마음을 다스리나보다 남자로 산다는게 얼마나 외로울까.... 여자들은 힘이 들거나 외로우면 눈물로 씻어 내리고 친구들에게도 털어 놓고 하소연을 하는데... 남자들은 누구에게 하소연을 하고 외로움을 달랠까...

매일매일 똑 같은 일상들이 그들에게 지속되지만 용기를 잃지않고 나아갈수 있는게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서 책임감에 함부로 생활할수 없기 때문이다 생의 고단함에도 떠나지 않고 가족곁에 남아서 사랑으로 삶의 아픔도 함께 나무고 살아야 하는데...

떠난 사람은 말이 없기에 아픔을 잘 모르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은 커다란 웅덩이를 하나씩 가지고 살아간다 아무리... 그 무엇으로 채워도 메워지지 않는 웅덩이다 회한만이 남아서 추억속의 노예가 되어서 망각과 회상의 세상을 오락가락하면서.... 자연사가 아닌 자살.... 자살이기에 가족에게는 더 커다란 상처가 된다

생을 다하고 다시 만난다면...꼭 묻고 싶다 오죽했으면 그 길을 택했을까 이해를 하다가도 사랑하는 사람들의 아파하는 모습을 떠 올려 봤어도 그 길을 택했을까 좋아서 사는것도 아니고 행복해서 사는것도 아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 있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도 있기에... 서로를 위해서 힘들고 고달프지만 용기를 주고 받는다 내일이라는 멋진 단어에 속고 살지만... 어차피 모르고 걸어가는 길에서 울고 웃으며 걸어가 보는거야

내일은 찬란한 태양이 기다려주지는 않겠지만 이 복잡한 마음은 서서히 비워져가겠지... 무얼 바랄까... 그냥 가 보는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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