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여정

엄마도 여자였습니다

해피 소이 2012. 1. 16. 12:42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심순덕 

 

  

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줄 알았습니다

 

한 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을 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줄 알았습니다

발 뒷굼치 다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깍을 수 조차 없이 문들어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끄떡 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가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밥중 자다 깨어 방 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후론...


아!! ....
엄마는 그려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심순덕님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라는

글을 우연히 읽다가 문득 우리 엄마가 떠 올라서

가슴이 먹먹해져 옵니다

돌이켜 보는 우리 엄마의 일생은

여자의 일생은 없고 오직 엄마의 일생이었습니다

 

 

 

동이 트기도 전에 밭으로 가서 밭 일을 하고

아침 먹는 시간도 아까워서 해가 중천에 걸리면

집으로 돌아와서 퉁퉁 부은 얼굴로 부뚜막에 앉아서

아침겸 점심을 먹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 여름 뙤약볕에 빨갛게 익은 얼굴로

고추밭에 물을 주고 해가 서산에 걸리면

구부정한 허리로 머리에는 수건을 푹 눌러쓰고

몸빼 바지에는 흙이 잔뜩 묻어서 볼품이 없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줄 알았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그 시간도 아까워서 

구멍 난 양말을 가득 꺼내 놓고 양발을 꿰메고

헌 양말을 버리고 새 양말을 사면 될텐데

나는 헌 양말이 싫은데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어릴적에 다쳐서 병원에 3주간 입원을 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니 엄마는 반가움에 통곡을 하셨습니다

봄비가 부슬부슬 내려서 포도 잎사귀에 빗물이

영롱하게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게 너무나 아름다워서

내 눈은 엄마보다 포도나무에 시선이 고정이 될려는 찰라에

엄마는 달려 나와서 나를 붙들고 한없이 우셨습니다 

 

그때는 어리둥절해서 나는 집에 돌아와서 무척 기쁜데

왜 우리 엄마가 우는건지 이해가 되지를 않았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딸자식의 병문안도

가지 못함이 끝내 안타까웠는지 

.

엄마의 눈물을 한번도 본 적이 었었는데

그 날 엄마의 그 눈물이 지금도 못내 잊을수가 없습니다

엄마의 눈물에는 고달픈 일상이

서럽게 녹아 내리고 있었습니다

 

 

내가 우리 엄마의 나이가 되어 보니

나는 너무나 호강스럽게 살고 있습니다

대쪽같은 남편과 올망졸망한 8남매를 거느리고

여장부 같은 삶을 사셨으니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자식들에게도 부담을 주기 싫다며

하룻밤도 주무시지도 않고

기어이 당신의 집으로 돌아 가시던 우리 엄마 

 

우리 엄마가 너무나 보고 싶은데

꿈속에서도 볼수가 없는 우리 엄마

하지만

엄마의 사랑은 나에게로

향해 있다는걸 가슴으로 전해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줄 알았던 일상들이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엄마도 사랑을 받고 싶고

엄마도 울고 싶은 날도 있고

엄마도 보호 받고 싶다는걸

엄마도 곱게 화장을 하고 싶은

엄마도 여자였음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엄마가 되고 난 후에야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우리 엄마도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철없던 이 딸도 엄마니까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이 좋은 세상에 엄마 모시고 맛있는 음식도 대접해 드리고

아름다운 여행도 하고 싶은데

엄마는 기다려주지 않았습니다

 

많은 자식들 건사하느라 늘 동동 걸음으로

온 종일 밭일로 허리도 휘어지고

귀까지 잘 안 들리던 우리 엄마

자식들이 큰 소리로 말을 하는 불편함만 알고

작은 소리가 잘 안 들리는 우리 엄마의 고통은 몰랐습니다

하늘같은 부모님 은혜를 어찌 다 갚으리

엄마의 고귀한 땀과 사랑으로 자식들은 잘 살지만

엄마가 없는 이 세상은 쓸쓸합니다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시던 우리 엄마

 

"엄마" 저도 많이 사랑합니다"

 

 

 

 

12477

'삶의여정'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인한 생명력에 숙연해진다  (0) 2012.03.11
내 딸 행복해라  (0) 2012.02.12
등대에 불을 밝힌다  (0) 2012.01.02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0) 2011.12.30
언니엄마 고마워  (0) 2011.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