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며
혼사의 계절이다
9월이 시작하니 혼사 소식들이
여기 저기서 들려온다
부산 해운대
그린나래 호텔 웨딩홀에서
오랜만에 많은 친구들을 재회했다
세월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담은 내 친구들
남자친구 여자친구 하나같이
비슷한 모습으로 변해가는 모습에
어쩐지 쓸쓸해짐은
나만의 느낌인건지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고 했지만
어쩌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온 몸으로 표현들을 하고 있다
얼굴에 내려앉은 그늘은
삶의 흔적인건지
이미 비워버린 빈마음인건지
이제는 자식들 다 결혼을 시키고
일선에서 퇴임까지 하고
젊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간다
늘 시끄럽던 친구도 어느새 조용해지고
꽃단장으로 멋진 모습으로 나타나던
친구들도 가장 편한 옷차림으로 나타난다
나는 아직은 퍼진 모습이 싫어서
정장을 입고 머리도 드라이도 하고
화장도 제대로 하곤 하는데
친구들은 바지와 편한 셔츠만 입고
화장도 하지 않은 모습으로
아무렇지 않은듯한 표정들이
내심 놀라웠고 부러웠다
어느새 두꺼워진 뱃짱이
너무나 자연스러웠고
남을 의식하지 않는 모습들이다
나도 평소에는 늘상 하는 행동이지만
결혼식장 만큼은 자존심이 허락하지를 않는다
초라한 모습 감추고 싶은
나만의 자존심이자 자만이겠지
잘 알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친구들 눈에 비친 내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을 위한
자신만의 만족이라고 해두자
마음은 이팔 청춘까진 아니지만
내 나이값을 천천히 하고 싶은 발악이며
혼주를 위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