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

그대 창가에 흐르는 국화 향기 - 김춘경

해피 소이 2012. 2. 11. 02:32
 

 

 

 

 

 

그대 창가에 흐르는 국화 향기  

 

           

                      김춘경


어제는 꽃집을 지나가다
무심결에 코끝을 스치는 당신을 느꼈습니다
옴짝달싹 못하는 두 다리는
당신을 향해 이내 뜀박질을 했지요
가슴은 이내 기쁨의 뜨락을 휘저었지만,
닫힌 그대 창문은
떨어진 꽃잎처럼 슬픔에 잠기고 말았습니다

무척이나 국화꽃을 좋아하던 당신 생각에
들국화 한 다발 사 들고 돌아오는 길이
하도 길고 아련해
국화 향만큼이나 향기롭던 당신,
당신이 어제는 참으로 미웠습니다

세월의 강 건너에는
아직도 작은집 창가에 불 밝혀 두지만
별빛을 타고 흐르는 노래가
이토록 애잔히 가슴을 적실 때는
우리의 시간을 어디서부터 돌려야 할지
정말로 모르겠습니다

보고 싶은 당신,
오늘은 당신이 무척이나 그립습니다
부드러운 얼굴로 세상을 다 주겠다며
두 팔을 벌리던 그 미소,
나만을 위해 불러주던  달콤한 그 노래는  
이제는 작은 집 창가의 등불아래 숨어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오늘만은
또다시 불 켜진 그 창을 바라다봅니다.

국화를 닮아 그윽한 당신,
그대 창가에 오늘은
그토록 시리게 가슴 저린 국화꽃 한 다발,
그 향기, 그 사랑을 선선히 놓아두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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