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도종환
우리가 저문 여름 뜨락에 엷은 꽃잎으로 만났다가
네가 내 살 속에 내가 네 꽃잎 속에
서로 붉게 몸을 섞었다는 이유만으로 열에 열 손가락 핏물이 들어
네가 만지고 간 가슴마다 열에 열 손가락 핏물 자국이 박혀
사랑아, 너는 이리 오래 지워지지 않는 것이냐 그리움도 손끝마다 핏물이 배어
사랑아, 너는 아리고 아린 상처로 남아 있는 것이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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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자들이 손톱에 붉게 물들이는 봉숭아는 예로부터 못된 귀신이나 뱀을 쫓아낸다고 믿어 "금사화(禁蛇花)'라고도 부른다. 우리 선조들은 집의 울타리 밑이나 장독대 옆, 밭 둘레에 봉숭아를 심으면 질병이나 나쁜 일이 생기지 않고 뱀이 집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것으로 믿어 왔다. 봉숭아는 봉선화라고도 하며 7~8월경에 피고 꽃잎 색깔은 분홍색 흰색 자주색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봉숭아에 얽힌 전설이 있다. 고려 충선왕 때 국력이 약해 왕과 악기를 타는 두 여자가 원나라에 끌려갔다. 왕은 항상 조국을 걱정했고 여자들도 고향과 어머니 생각에 악기를 연주하며 시름을 달랬다. 얼마나 간절했던지 손가락에 피가 흘러 헝겊을 감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 여인들이 불쌍했는지 충선왕은 꼭 나라를 되찾아야겠다고 결심했고 훗날 나라를 회복해 두 여자를 찾았지만 그들은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충선왕은 두 여자가 손가락에 헝겊을 감고 있던 모습이 봉숭아 꽃물을 들인 것과 같다고 여겨 두 여자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궁궐의 뜰에 봉숭아를 심게 했다는 구전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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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사과 * 이 사과나무는 세상끝에 있는 동산에 있으며 보통은 아틀라스의 딸들인 헤스페리데스가 황금사과는 그리스 로마신화 곳곳에서 등장하는데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테티스의 결혼식때 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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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봉숭아 꽃물을 들였는데 아직도 봉숭아 꽃물을 들이지 않은 까닦은... 건망증 때문이리라... 내 친구의 손톱에 고운 봉숭아 꽃물과 누가 더 예쁜지... 하찮은 얘기꺼리가 더 즐거운 날의 추억을 위하여 오늘 나는 봉숭아 꽃물을 들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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