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여정

가을밤의 푸념

해피 소이 2016. 9. 16. 19:54



 

가을밤의 푸념

 

밤잠을 설치게 하던 무더위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풀숲에서 처량하게 울어대는 귀뚜라미 소리는 가을을 가슴에 담으라는 신호인가 보다. 이토록 고요하고 아름다운 가을밤에 며칠전의 경주지진은 떠 올리기도 두렵다 갑자기 지축이 흔들리고 모든 물건들이 제 멋대로 흔들린다 경쟁이라도 하듯이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고층 아파트들 고층 아파트가 마구 흔들린다 식탁을 부여잡고 섰는 나도 흔들리고 전등도 춤을 춘다 두려움은 온 몸을 감싸고 자연의 재앙앞에 대항할 자 아무도 없었다 계단을 내려가는 다리는 후들거리고 숨은 턱에 걸려 헐떡이고 어지럽게 돌아가도 끝이 없는 계단들 모든것 다 내려놓고 살고 싶은 욕망 하나를 부여잡고 뛰고 또 뛰고 걱정이 되어서 뛰어 올라와 2층에서 마주친 딸과의 해후 우리는 반가움에 두 손을 부여잡고 통신이 두절된 잠깐 동안의 막막함이 놀라서 두려웠고 서로의 안부를 몰라서 여기저기서 전화가 온다 전쟁이 따로 없구나 통신두절이라서 전쟁이고 길이 막혀서 전쟁이고 집에 들어가기가 두려운게 전쟁이다

      '삶의여정'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갈대의 노래  (0) 2016.10.01
      비는 내리고  (0) 2016.09.17
      코스트코를 다녀와서  (0) 2016.08.27
      가랑비 내리는 날   (0) 2016.08.26
      월남 쌀국수  (0) 2016.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