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

가을의노래 - 김대규

해피 소이 2014. 10. 2. 03:33

 

가을의 노래 - 김대규

 

떠나지는 않아도 황혼마다 돌아오면 가을이다.

사람이 보고 싶어 지면 가을이다.

편지를 부치러 나갔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주머니에 그대로 있으면 가을이다.

 

가을에는 마음이 거울처럼 맑아지고

그 맑은 마음결에 오직 한사람의 이름을 써 보낸다.

'주여'라고 하지 않아도 가을엔 생각이 깊어진다.

 

누구나 지혜의 거름이 되어 경험의 문을 두드리면

외로움이 얼굴을 내밀고 삶은 그렇게 아픈 거라 말한다.

그래서 가을이다.

 

사자의 눈에 이윽고 들어서는 죽음은

사자들의 말은 모두 詩가 되고

멀리 있는 것들도 시간 속에 다시 제 자리를 찾는다.

 

가을이다.

가을은 가을이라는 가을이라는 말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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