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산책

모란동백 - 조영남

해피 소이 2012. 5. 5. 09:11

 

 
 
모란동백 - 조영남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 산에 뻐꾸기 울면
상냥한 얼굴 모란 아가씨 꿈속에 찾아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또 한번 모란이 필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동백은 벌써 지고 없는데 들녘에 눈이 내리면
상냥한 얼굴 동백 아가씨 꿈속에 웃고 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덧 없어라
나 어느 바다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모래 벌에 외로이 외로이 잠든다 해도
또 한번 동백이 필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또 한번 모란이 필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김영랑 조두남 모란동백" 이라는 시는
이제하님이 음악가인 조두남과
시인 김영랑을 생각하며 지었다고 합니다.
이제하님은 1937년 밀양 출신으로
원래 전공은 조각과 화가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시인으로 미술, 문학, 음악을 넘나들며
활동한 다재다능한 분인 것 같습니다.
자기 시에 곡을 만들어 직접 노래까지 한 "모란동백"은
나이 육십이 넘어서 불렀다고 하네요.
이후 가수 조영남이 이 곡을 취입해서 많이 알려졌지만,
그 전에 이제하 본인이 직접 부른 이 곡이
더 소탈 하고 꾸밈없이 다가옵니다.

 

 

 

 

 

모란이 피기까지...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음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하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나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날 마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