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박타박 걸어서 그대곁에 갔습니다
계절은 어느새 잎들을 떨구고 있었고
길가에는 낙엽만 뒹굴고 있습니다
이틀전 당신의 59번째의 생신인데
비가 온다는 핑계로 가지를 못 했네요
나는 이런저런 핑계를 변명삼아 살아 갑니다
오랜만에 걸어보는 발길에
낙엽은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울고 있습니다
당신이 떠나고 처음에는
언덕을 올라서면 당신집이 보였는데
7년이란 시간속에 많이 자란 나무들이
당신 집을 가려 버렸네요
바람 한점 없는 길을 걸어 가는데
마음에는 휭하니 바람이 불어 옵니다
무얼 하느라 이제야 왔는지...
후회가 밀려 옵니다
곱게 단풍으로 물들때 당신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싶었는데
잎새들은 다 떨어 지고 앙상한 가지만이
홀로 걸어 가는 나를 외롭게 바라 봅니다
조그만 공간속의 당신 집...
눈에 익은 이름 석자앞에 서서
가만이 당신 이름을 만져 봅니다
내 손에 안겨오는 당신의 따듯한 체온...
늘 활발하던 사람인데 갑갑하지는 않나요
미어지는 마음에 아득함이 밀려 옵니다
눈을 감고 당신과 대화를 나누고
우리들의 근황도 알리며
밀려오는 보고픔을 애써 달랩니다
안녕이란 마지막 인삿말에
참았던 눈물이 왈칵 흘러 내립니다
당신을 여기다 두고 가야 하는 나는
혼자 왔던 길을 또 다시 걸어서
나만의 세계로 가야 하네요
우리는 함께 할 수도 없는 관계이기에
당신은 저승으로... 나는 이승으로...
돌아서는 발걸음에 눈물 뿌리고 돌아섭니다
벤취에 앉아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을 봅니다
쓸쓸한 모습 보이지 않으려고
애써 태연한척 걸어 가는 사람...
고개를 숙이고 사색을 하고 가는 사람...
멍하니 앉아서 먼 산을 바라보는 사람...
이별이란 아픈 훈장을 달고...
그리움을 가슴에 수 놓으며 살아 갈 겁니다
따뜻한 커피 한잔에
추웠던 마음은 따사로운 마음으로 녹아 내리고
모두들 여기에다 아픔은 내려 놓고서
우리들은 또 다시 살아 가야 합니다
모두들 나처럼...
이별의 아픔 하나쯤 간직하고
서러운 발걸음을 돌려 세우겠죠
이 길을 걸어서 돌아서 가면
나는 당신을 또 잊고 살려고 할 겁니다
그때는 당신 날 이해해줘요
너무 아파서 잊고 살려고 합니다
하지만 당신을 영원히 잊지는 않을 겁니다
내 마음속에는 언제나 ...
당신이 자리하고 있으니까요...
11월 13일 영락공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