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손가락을 걸고 사랑을 맹세하는 순간,
우리들은 '그렇게 하겠다'가 아니라
'그렇게 하고 싶다'라고 소망할 뿐이다.
기대할 뿐이다.
많이 기대하고 소망하지만,
그 마음이 깊고 끔찍하다고 해서
기대나 소망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 한없는 희망은 한없는 절망과 맞닿아 있다.
사랑 속에 이별이 존재하고, 봄 속에 겨울이 존재하는 것처럼,
사랑의 약속 안에는 텅 빈 동굴과 같은 허무함이 존재한다.
어느 쪽이 먼저 사랑의 약속을 파기했느냐,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
그럴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누가 누구를 더 사랑하고
덜 사랑했느냐를 따지는 일도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애틋한 마음으로 약속을 나누었던 그 순간이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잊지 않는 일이다.
그 마음을 그대로 간직하고, 다시 살아가기 시작하는 일이다.
황경신.『슬프지만 안녕』中 「리허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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