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남자의 눈물
늙은 남자의 눈물
떠나가는 사람보다
남겨진 사람은 더 외롭다
이별은 눈물로 흔적을 남긴다
늙은 남자의 눈물은 긴 여운으로 남는다
남자라는 이유 때문에 함부로 울 수도 없었던 그 마음이
오늘은 눈 녹듯 흐물어지고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아버지도 눈물을 흘린다는 걸 자식은 모를 것이다
늘 쾌활하기만 하던 사람인데 외로움이 어깨에 내려앉아
어둠 속에서 남몰래 울고 있다
먼 타국으로 딸을 시집보내고 이제 3일이 지났다
해외 이삿짐을 부치고 허전한 마음으로 말을
잊지 못하던 친구의 남편...
손주의 재롱이 눈에 떠올라 가슴이 미어지는 부성을 봤다
술로 달래는 그 마음을 그 누가 달래줘야 하나
어둠이 내린 차속에서 딸 얘기를 하다가 말문이 막혀서
울먹이다가 울어버리는 늙은 남자의 등이 초라해 보였다
크게 울지도 못하고 꾹꾹 눈물을 속으로 삭이며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던 부성애...
차라리 큰소리로 통곡을 하며 울어 버린다면 조금은 시원할 텐데...
오늘만은 비라도 펑펑 쏟아지면 빗속을 걸으며
빗물인지 눈물인지 감추지 말고 실컷 울어버린다면 한동안은
그리움이 조금은 감소가 될까
그리움으로 살아갈 시간들 속에 얼마나 더 울어야
눈물이 말라버릴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냥 울고 싶으면 목놓아 우세요
30여 년을 사랑으로 맺은 인연이 어찌 그리 쉽게 잊을 수가 있을까
현해탄을 건너 먼먼 이국까지 눈물로 다리를 만들 수만 있다면
그 다리 위에서 보고 싶은 자식 만날 수 있게요
부모는 자식의 효도를 기다리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자식은 멋모르고 자기 자식만 애지중지하다가
뒤늦게 부모의 사랑을 깨닫는다
부모가 저세상으로 떠난 후에야
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하지만 아버지의 자식사랑도 엄마와 다르지 않다는 걸 우리는 잘 모른다
여린 마음을 무뚝뚝함으로 변장하고 남몰래 우는 남자...
나이가 들면 철이 든다지만 하늘 같은 부모의 사랑을 언제쯤 다 볼 수 있을까
보따리 보따리마다 가득 담은 부모의 사랑인데...
지금은 짐만 보이고 부모의 사랑은 잘 안 보이겠지
부모는 늙어가는데 자식 기다릴 자신이 없기 때문에 서럽게 운다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부모는 다 퍼 주고도 더 주고 싶어 한다
공항에서 딸의 가족을 배웅하고 돌아온 날은
부부가 텅 빈 집안이 무서워서 친구네 집에서 외박을 했단다.
텅 빈 공간이 싫어서 불을 켜 놓고 외출을 한단다
자식과의 이별이 이렇게 힘이 든다는 걸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친구를 통해서 배운 게 많다
서서히 내 사랑도 거둬들여야 한다는 걸...
자식과의 이별준비를 지금부터라도 해야 한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