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여정

어색한 상견례

해피 소이 2013. 6. 16. 21:30

 

 

 

 

오늘은 아들의 상견례날이다

마음을 진정하느라

아침부터 아파트 물 청소를 하고

온 집안을 정리정돈을 하고

오랜만에 화초에 영양제도 뿌려주었다 

세탁기 두번 돌리고

와이셔츠 5개와 바지 2개를 다림질 하고

내 몸에 남아 있는 힘은 완전히 방전이 되어 버렸다

 

숨은 가빠오고

손 발은 후덜덜

배에서는 밥 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옹심이 칼국수 집으로 달려가서

비빔 막국수로 허기를 달랬다

빈속에 매콤한 비빔 국수가 들어가니

조금은 얼얼했지만 그래도 개운하기도 했다

 

 

샤워를 하고 머리를 드라이하고

정성드려 화장까지 마치고

네이비 원피스에 짙은 코발트빛

얇은 가디건을 입었다

너무 튀지않게  골라 있었는데

그런대로 괜찮은것 같다

 

 

온 종일 집안 일에 지친 피로를

툴툴 털어내고  약속 장소로 출발을 했다

다행히 우리가 먼저 도착한것 같다

어색하고

서먹하고

또 한번의 어색한 만남이다

두번은 하고 싶지 않은 상견례를  또 해야 한다

 

 

탁자를 가운데 두고 두 집안이  마주 보고 앉았다

탁자 안쪽은 신랑 가족 좌석이고

탁자 바깥쪽은 신부 가족 좌석이란다

쑥스러운 인삿말로  정중하게 머리 숙이며 인사를 나누고

좋은 말과 부드러운 인상으로 상대방을 대해야 하는 불편

어쩌다 대화가 끊어지면 난감하게 흐르는 기류

못 견디게 답답하지만 어쩌랴

 

 

 

 

 

 

코스 요리가 나와도 남기는게 태반사

편하게 대화를 하자면서 대화는 종종 끊어진다

예비 며느리는 뭐가 그리 좋은지 잘 웃고 잘 먹는다

그 동안 주말마다 우리 가족이랑 밥도 같이 먹고

여행도 하고 정이 들어서 어색하지가 않는가보다

 

 

에어컨 바람에도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어색한 자리

밥은 먹고 있는데 허기가 지고

화려한 요리는 유혹을 하는데 입맛은 당기지도 않고

2시간여의 불편한 상견례는 끝나고

주차장에서 마시는 시원한 밤 공기가 오늘따라 상괘하다

밤 하늘에는 별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밀어를 속삭이고

보이지 않는 손짓 하나

보이지 않는 그대에게

바람결에 안부를 전한다. 

 

 

 어려운 숙제를 끝내고 난 후의 후련함

또 한번의 상견례를 끝으로

나의 임무도 끝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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