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한자락 내려 놓고 갑니다
이틀 동안 돌아 가신 분들이 꿈속에 나타나서
나를 걱정을 하신다
첫날은 00이...
둘째날은 우리 엄마가...
보고싶고 그리울때는 찾아 오지도 않더니
무슨 이유일까...
통도사에 천도제를 올려 놓고 자주 찾아가지를 못햇는데...
고맙다는 인사로 답방을 온 것일까
죄송한 마음으로 통도사를 찾았다
오늘은 차가 없어서 버스로 가야 할것 같다
시내 버스를 잘못 타서 시외 터미널로 와 버렸다
너무나 오랜만에 대중교통을 이용할려니 햇갈린다
온 김에 시외 버스를 타기로 했다
매표소에서 통도사행 표를 달라고 했더니
매표원 아가씨는 멍 때리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 본다
나도 당황스러웠다 ㅎㅎㅎ
두사람이 서로 멍 때리는 표정을 하고 있다가
"통도사를 갈려면 어디서 차를 타느냐고 물었더니
밖에서 타라고 한다...밖에서?
통도사니까 당연히 시외 버스 정류장에 오면 탈 줄 알았는데
아니란다...도로에서 타야 한단다
오늘 나는 완전 울산 촌놈이 되고 말았다
아니 언제 이렇게 바뀌었을까
누구 마음대로 홍보도 없이 바뀌었단 말인가 ㅎㅎ
몇년전까지만 해도 시외 터미널에서 통도사행 버스를 탔다
시내 버스 정류장에서 통도사가는 시외 버스? 아니 시내버스다
조금 기다리고 있는데 1723번 좌석 버스가 시내버스 정류장에 들어선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버스에 올랐다
언양까지는 고속도로를 가더니 언양에서는 국도를 간다
"어라!" 언제 노선이 바뀌었을까?
전에는 울산에서 통도사까지 고속도로로 30분이면 갔는데...
나는 어리둥절 하고 있는데 차는 국도로 달리고 있다
언양 계룡리슈빌 아파트에서 몇명이 내리고 나니까
어떤 아주머니와 나...두명이 남았다
기사 아저씨는 우리 두사람에게 물었다
어디까지 가시느냐고?
통도사까지 간다고 했더니 다른 버스 정류장은 다 지나치고 달린다
시내버스가 아니라 전세 관광버스가 돼 버린 기분이다 ㅎㅎ
굽이굽이 국도를 돌고 돌아서 통도사엘 도착을 했다
여기서는 택시를 타야 한다
버스에서 달랑 두사람이 내렸는데
어디까지 가느냐며 묻는다
나는 통도사엘 간다고 했더니 자기도 통도사엘 가는데
합승을 하면 어떠냐며 묻는다
나는 혼쾌이 그러자고 말하고...
합승으로 택시를 타고 통도사엘 갔다
평일인데도 통도사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간다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 때문에 계곡에는 피서객들은 아무도 없었다
홀가분하게 혼자서 일주문을 지났다
설법전으로 들어서니 벽에는 많은 영가들이 올려져 있다
내 신청 번호 44번은 찾았지만 글씨가 하나도 안 보여서
그대들의 이름은 찾을수가 없었다
그대들 앞에 나는 공손히 절을 하고 기도도 한다
"부디 여기는 다 잊고 행복하고 편안히 지내시라고 간절히 빌어 본다
내 기도가 헛되지 않게 해 달라고 빌고 또 빈다
혼자만의 홀가분한 마음으로 절간을 둘러 보고
느리게... 여유롭게...사진도 자유롭게 찍었다
호젓하게 찻집에 들러서 커피도 한잔 시키고 호두과자도 시켰다
편안한 마음으로 느긋하게 즐기면서 커피를 마신다
혼자라는게 때로는 외롭기도 하지만...
누구에게 구애 받지 않아서 너무 좋다
역시 사람은 혼자 태어나고 혼자 생을 마감한다
혼자가 편하다는걸 절실히 깨달았다
친구와 늘상 함께 왔는데 오늘은 혼자 조용히 다녀오고 싶었다
적막하고 고요한 절간을 혼자서 이리저리 천천히 거닐어도 좋고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는 없는 혼자라서 역시 좋다
돌아 오는 길에 택시에서 우연히 만난 초등학교 친구 때문에 약간은 불쾌했다
마음을 비우지 못하는 그 마음에 무얼 담고 싶어서 절에는 왔는지...
욕심...그 무엇도 비우지 못하면서...
차를 왕복 8번이나 타면서 다녀온 통도사지만...
무겁던 마음은 훨씬 가벼워졌다
근심을 부처님께 다 내려 놓고 돌아가는 길이 편안하다 하지만...
부처님은 중생(衆生)들이 다 내려 놓고간 근심 보따리 때문에
마음 편할 날이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