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여정

원두커피가 그리운 날

해피 소이 2008. 12. 11. 10:11

                                                   

 

 

 

원두커피가 그리운 날... 찬란한 아침이 아닌 희뿌연 날씨가 마음마져 흐리게 한다 추억은 참 묘한 감정으로 다가와 가슴을 젖게도 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사람들과의 추억은 가끔씩은 그립다가도 멍해지기도 한다 먼 기억속에 숨어있던 추억이 한줄의 단어로 20여년의 공간을 뛰어 넘어서 내 앞에 와서 턱을 고인다 아직은 기억의 칩은 녹슬지 않았는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커피의 추억이라는"...

낱말에 낮설지 않는 모습으로 얼굴을 디민다 7쌍의 부부모임이 있던 날 큰 마음을 먹고

"달이 걸린집"이라는 멋진 카페에 들렀다 언덕위에 있는 통나무집의 카페안은 근사했다 멀리 내려다 보이는 시골의 아스라한 야경이 정겨웁기만 했다 우리 일행들은 원두커피를 시켰다 나는 원두커피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어쩌랴... 인스턴트 커피는 없다니 어쩔수가 없었다 각자 앞에 커피가 나오고 분위기 잡으며 커피를 마실려고 하는데 옆지기가 커피를 마시다가 인상을 쓰며 신경질을 냈다.

깜짝 놀라서 나는 왜그러냐고 물었다 커피가 너무 짜다는것이었다 커피가 짜다니... 말이 될 말인가 내가 넣어준 크림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나는 한스푼 커피를 떠서 음미를 하다가 기암을 했다 너무나 짜서 삼킬수가 없었다 탁자위에 놓은 크림통과 맛소금 통을 구별을 잘못해서 맛소금을 몇스푼이나 넣었으니 ㅎㅎ 도자기로 만들어진 하얀 통은 언뜻봐서는 잘 모르게 생겼다 소금도 하얗고 설탕도 흰색이라서 착각을 했다 근데 내 커피에는 설탕이 들어 있었는데 어찌 된 영문인가 그러게 마눌속을 박박 긁으니 죄를 받은거지 ㅎㅎ 성질 급한 마음이 어디가랴 ... 벌뜩 일어나더니 밖으로 횡하니 나가더니 담배를 피고 있었다.

미안한 마음도 잠시 우리들을 한바탕 웃었다 왜 하필 커피 싫어하는 사람을 커피를 마시자고 해서 혼자만 소금 고문을 당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웃겼다 시끌벅적 웃고 난리니까 웨이터가 다가왔다 불안한 눈빛으로 자기들이 무슨 실수를 했느냐고 물었다 아니라고 ... 내가 실수로 소금을 넣어서 그렇다고 했더니 다시 서비스로 한잔을 가져다 주겠다고 했다 다시 가져다 준 커피를 두눈 부릅뜨고

설탕을 두스푼 넣고 잘 저어서 옆지가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벌떡 일어나더니 나가자고 한다 커피보다는 차라리 술을 마셨으면 더 좋았을텐데 커피는 무슨 커피냐고 투덜댄다.

우리 일행들은 약간은 미안한 마음으로 분위기 있는 카페를 나왔다 그 당시 커피 한잔에 5000원을 주고 분위기 한번 내 볼려고 했던 우리 여인네들은 입을 삐죽거리며 나왔던 그때가 그래도 그립다 젊었으니 화도 잘 못 다스리고 하던 그 시절이 지금쯤은 웃으며 넘어갈수도 있는데... 한번만 더 추억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왔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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