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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그 쓸쓸한 자리 - 이해인
해피 소이
2008. 8. 3. 01:21
존재 그 쓸쓸한 자리
- 이해인
- 언젠가 한번은 매미처럼 앵앵 대다가
- 우리도 기약없는 여행길 떠나갈 것을
- 언젠가 한번은 굼벵이처럼
- 웅크리고 앉아
- 쨍하고 해뜰날 기다리며 살아왔거늘
- 그리운 것은 그리운대로 풀잎에 반짝이고
- 서러운 것은 서러운대로 댓잎에 서걱인다.
- 어제 나와 악수한 바람이
- 시체가 되어 돌아왔다
- 산다는 것의 쓸쓸함에 대하여
- 누구 하나 내 고독의 술잔에
- 눈물 한방울 채워주지 않거늘
- 텅 빈 술병 하나씩 들고
- 허수아비가 되어
- 가을들판에 우리 서있나니
- 인생, 그 쓸쓸함에
- 바라볼수록 예쁜 꽃처럼
- 고개를 내밀고 그대는 나를 보는데
- 인생, 그 무상함에 대하여
- 달빛이 산천을 휘감고도 남은 은빛 줄로
- 내 목을 칭칭감고 있는데...
- 내 살아가는 동안
- 매일 아침 오늘도 살아있음에 감사하거늘
- 그래도 외로운거야 욕심이겠지...
- 그런 외로움도
- 그런 쓸쓸함도 없다는 건
- 내 욕심이겠지...